공부나 해 볼까? 고민하는 직장인에게 <3>

3편에서는 잠시 생활 얘기좀 해보겠다.

<3>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난한 얘기 – 생활편 1 –

대학원생의 수입은 두 가지로 나뉜다. 장학금과 프로젝트 인건비. 아, 여기에 파트타임 잡(과외 등 알바)을 뛰는 경우까지 포함하면 세 가지 일 수도. 물론 이 내용은 공학계열과 일부 사회계열 만의 이야기일 수 있다. 랩(Laboratory)이라는 연구실 체제가 아니면 온전히 자기 돈을 모두 내고 과정을 끝마치는 경우도 많다. 장학금은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지급하는 성적우수 장학금이나 근로장학금, BK21(브레인코리아 21 사업단) 장학금 등이 있다. 

프로젝트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따내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입학 당시 ‘보릿고개를 난다’는 말을 듣고 들어와서, 1년이 넘은 이제야 작은 프로젝트에 하나 들어가 있다. 대개 대학 연구실은 산학협력(R&D라고도 쓰인다)을 통해 들어오는 과제를 따서 그로부터 연구비(인건비)를 얻어낸다. 과제는 주관이 누구냐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 과제, 또는 기업 과제다. 정부 과제는 산업자원통상부나 미래창조과학부 등 부처나 산하기관에서 수시로 낸다. 물론 가을쯤 대부분 어떤 과제를 낼 것인지 1년치 계획을 세워서, 그에 맞춰 R&D 예산을 짠 뒤 연초에 대략적인 개요를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후 수시로 추가 공고를 낸다. 여기서부터는 정보 싸움인데, 어느 과제가 언제 떨어질지, 또 혹시 암암리에 내정자가 있는 것은 아닌지, 컨소시움을 꾸리는 것이 나은지 등을 미리 알고 들어가면 과제를 선점하는 데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물론 이건 교수의 몫이다, 제안서는 대부분 박사과정이 쓰지만.

다만 이 정부 과제라는 것이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적은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민국에 같은 학문을 하는 연구실이 수 십 개는 될 것 아닌가. (당장 컴퓨터공학과만 검색해도 몇 백 개는 나온다.) 정부 과제는 대개 수억원 단위로 진행돼 규모가 은근하고, 또 한 번 선점하면 그 연구실의 명성에도 ‘어찌됐든’ 득이 된다. 추후 제안서를 써서 낼 때 ‘어떤 부처 무슨 연구에 참여했다’는 한 줄이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정부라는 곳이 원래 사람이 돌고 돌기 때문에, 한 과제를 하며 만난 부처 인물이 다른 과제를 따낼 때즈음 그 자리에 또 가있을 수도 있는 법이다. 인맥으로 프로젝트가 된다는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 이 모든 것이 정보력 싸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나은 제안서를 쓰는 데 도움이 안 될 리 없다.

기업 과제는 인맥에 의한 것이 상당히 많다고 들었다. 그리고 보다 더 꼼꼼하다고 했다. 주변에서 기업 과제를 수행하는 연구원들을 보면, 가끔 ‘용역이 아닌가’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들이 주문한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거기에 대해 인건비를 받는 형식이다. 추가 주문도 많고, 인건비가 늦게 들어오는 일도 왕왕 있다. 프로젝트를 하기로 한 기업의 해당 부서가 갑자기 인사 조치로 완전히 해산되는 바람에 계약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연구원 입장에서는 추후 사회 진출시 득을 보는 부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씀씀이는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여차저차해서 연구실에 프로젝트도 들어오고 장학금도 풍족해졌다고 치자. 그 경우에도 학생마다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꽤 차이가 크다. 상한선이 있다. 박사과정의 경우 월 이백여 만 원 선, 석사과정의 경우 백여 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일을 하다 들어온 사람 입장에서는 갑자기 수입이 확 줄어드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여기서부터 진짜 생활 이야기. 평소에는 비교적 대수롭지 않게 택시를 타고 다니고, 출장을 가면 법인카드로 결제하고, 아침마다 스타벅스 커피를 벤티 사이즈로 들고 하이힐로 뛰어 다니던 30대 여성 회사원이 갑자기 월 백 만원을 받으며(심지어 그조차도 받지 못하며) 가장 편한 옷에 몸을 구겨 넣고 연구실에 박혀 있다고 생각해보라. 정말 갑작스럽게 수많은 것들이 변한다. 특히 돈 문제가 가장 크다. 벌이는 줄어도 씀씀이는 쉬이 달라지지 않는다. 필자의 경우 그래도 몇 천 만원 모아서 퇴사했다. 새 인생 시작이라며 신이 나서 차도 바꾸고(이게 좀 크긴 했다) 신랑 양복도 몇 벌 맞추고 등록금도 내고 어쩌고 하다보니 일 년 만에 현금통장이 바닥을 드러냈다. (다행히 적금 통장은 아직은 건재하다만) 도대체 뭘 그렇게 썼나 싶지만, 큼직한 거 몇 개 뺀다고 빈털털이가 될 정도는 아니다. 말인즉슨,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평소처럼 쓰다보니 월 백 몇 만원씩 쓱 빠져나간 것이 지금 이 지경까지 만든 것이다. 지출은 계획적으로 해야한다, 바이블같은 말이지만.

어쩌면 상대적 박탈감 같은 것도 느낄 수 있다. 입학 이후 옷차림도 확 바뀌었다. 주변 동생들(하지만 나보다 먼저 입학한 대학원 선배들)은 “누나가 추리닝(트레이닝복)을 언제부터 입을 지 우리가 내기 했다” “쓰레빠(슬리퍼)는 생각보다 늦게 신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줄창 앉아서 공부를 하려면 1)배를 압박하지 않고(소화가 안 된다) 2)신발은 벗기 편하며(다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여야 한다) 3)후드점퍼(에어컨을 틀든 히터를 틀든 필요하다)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편한 옷차림에 익숙해지면 친구들을 만날 때 무슨 옷을 입어야 할 지 고민에 빠진다. 그러고보니 옷이라는 것을 산 지도 몇 개월이 넘은 것 같다.

참고로 대학원에 와서도 놀랐던 것은- 우리 전공 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 수업을 들어봐도 그렇다만- 정말 잘 사는 집 아이들이 많다. 시절이 지날수록 잘 사는 집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 하는 구조라고들 하지만, 그보다는 있는 집일 수록 공부를 더 많이 할 수 있는 상황이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예전에도 그랬겠지만, 적어도 대학이라는 곳에 7년쯤 간격을 두고 들어온 사람으로서 이같은 현상은 더 잘 보인다. 대학원생들의 씀씀이도, 생각보다 꽤 크다. 물론 다들 돈 쓰는 것을 조심스러워 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도 여유가 있다. 대신 낸 맥줏값 5천원을 어떻게 받아낼까 고민하며 밤잠 설치던 스물 한 살 내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

위에서 잠시 시간 이야기를 했는데, 대학원생의 하루는 직장인의 하루와 정말, 정말정말정말 다르다. 아무리 불규칙한 생활의 밤낮없는 기자생활이라고 해도 아침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은 했다. 대학원 교수님 가운데는 ‘일만시간의 법칙’을 강조하며 “지금부터 2년 동안 1만 시간 채우려면 매일 4시간 자야 한다”는 조언까지 한 분도 있다. 이만하면 워커홀릭이 아닌 스터디홀릭이라 할 수 있다. 공부는 정말 한 만큼 는다. 집중을 얼마만큼 했느냐가 아주 정직하게 드러나는 작업이다. 필자의 경우, 입학 후 6개월 뒤 신혼집을 신랑 직장이 있는 지방으로 옮겼다. 학교에서 멀어졌고, 따라서 기숙사에도 머물게 됐다. 오직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있을 때 열심히 하자.’ 그래서 일주일에 서너 번 학교에 오더라도, 무조건 밤 12시는 넘기고 기숙사 방에 들어갔다. 평균적으로 새벽 두시 반쯤에야 비로소 잠이 들었다.  게다가 방의 풍수가 좋지 않은 탓인지 환경이 바뀌어선지, 기숙사에서 자는 날은 늘 오전 7시면 깼다. 너댓시간 자고 연구하고 집에 가고, 이걸 근 6개월 째 반복하고 있다. 대학원은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한 만큼의 성과가 나온다. “이 상황에서 잠이 오냐” 새벽에 절로 눈이 뜨이는 바로 그 순간, 내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과장 아니다. 슬프게도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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