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에는, 우리의 생각이 들어있지 않을까?

우리는 모르지만, 기계는 알아챌지도 몰라!

몇 년 전 이야깁니다. 서울 이태원의 한 호프집에서 소맥을 말아먹던 중, 사진이 취미인 A사장님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 집에 애가 셋인데, 하나씩 카메라를 다 사줬어요. 그래서 마음대로 찍게 했지요. 매년 파일을 뽑아서 연도 이름을 달아 폴더를 만들어 두는데, 아이들마다 사진이 다르고, 또 그 애들이 매년 찍는 사진이 다르더라고요.”

그때는 “우와아, 멋진 아빠다아!” “애들한테 진짜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라며 감탄만 했는데, 이게 수년 후 저의 주요 관심사가 될 줄이야.

이건 지난 할로윈데이날 대전의 한 와인바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랍니다. 저는 왜 이런 사진을 찍었을까요? 어떤 사람은 같은 와인에 대해 와인병 전체를 찍었을 수도 있고, 와인잔에 삼분의 일 정도를 붉게 채운 뒤 병과 함께 찍었을 수도 있고, 또는 저처럼 레이블을 찍더라도 와인 자국이 남지 않은 좀 깨끗한 것을 찍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음, 저는 이 와인의 스모키 한 잔향도 좋았고, 마침 이런 나눔명조체 같은 폰트(다른 이름이 있겠지요)도 좋고, 그냥 기분도 좋아서 이렇게 찍은 걸 인스타에 올렸지만요.

이것들은 제가 사는 동네(ㅅㅈㅌㅂㅈㅊㅅ)의 최저 기온이 올 하반기 들어 첨으로 영하 1도까지 떨어진 10월 30일 퇴근길에 아이폰6S으로 찍은 사진이에요. 분명 엊그제까진 가을이었는데, 벌써 겨울인가 싶어 찍은 것이지요. 다들 비슷해 보이는데 아주 미묘하게 각도 및 시각 차이가 있지요. 이 세 컷 중 제가 페북에 올린 사진은, 바로 맨 마지막 것이랍니다. 저는 황량한 도시의 겨울 풍경 가운데서도 조금은 반짝이는 불빛들을 붉은 하늘과 대치시켜 보고 싶었는데, 게 중에 마지막 것이 제 마음에 가장 와 닿았답니다. 마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노을 컷 같았달까요. (전혀 다르지만)

저 같은 개인도 SNS에 올리는 사진을 고르느라 혈안이 될진대, 하물며 신문에 실리는 사진 한 장, 방송에 나오는 한 컷 한 컷에는 사람의 주관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 있을까요? 그래서 늘 선거철만 되면, C일보와 H신문사의 1면 사진 및 주요 후보들의 사진(+기사 톤)을 가지고 말들이 많았지요. 그리하여 지난해 저는 이런 내용을 담은 페이퍼를 쓰기도 하였지요*.

*참고 | 유재연, 서봉원(2017), 보도사진 속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의 감정과 당선의 관계, Proceedings of HCI Korea 2017 학술대회 발표 논문집, 2017.2, p146-149.

그래서 약간 환상이 좀 생겼는데, ‘기계가 인간의 (모르고 지나칠 법도 한) 마음을 분석 내지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가지게 되었답니다. 요즘 핫한 주제로 치자면 사실 ‘기계에게 인간의 마음을 가지라고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 텐데, 저는 역으로 기계가 인간에게 “조심해! 너는 지금 편견을 가지고 있어!”라고 가르쳐주기를 바라고 있네요*. 마치 워드나 한글 프로그램에서 내 맞춤법을 고쳐주듯이 말이지요.

*참고 | 유재연(2017), 보도 사진의 통사적 구조와 미디어 편향에 대한 고찰: 유럽과 중동 언론의 분쟁 보도에 대한 시각 데이터 분석을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공학석사 학위논문.

그러려면 철학도 잘 알아야하고, 인지과학도 알아야하고, 코드도 잘 짜야한답니다. 지금까진 이 모든 것을 점프하고 단순화하는 과정에 집중했는데, 이제는 빼도박도 못하게 처음부터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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