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는 잘 쌓고 잘 굴려야 해요.

그래서 나는 아마존 주식을 샀습니다

글로벌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6년과 2007년 즈음. 국내에서는 펀드붐이 일었습니다. 과외 알바로 30만원을 받아 주로 음주가무에 털어 쓰던 저는 마침 프랑스 유학을 앞두고 있었고, 쬐금 모아둔 돈을 다 쓰고 갈 것이냐 아니면 잘 굴릴 것이냐의 기로에 섰습니다. (달랑 1백만원을 가지고 말이지요) 귀도 얇은 사람답게 시류에 휩쓸려서는 모 증권사에 계좌를 뚫고, 절반씩 똑똑 잘라 한국 펀드와 중국 펀드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렇게 십 년이 흘렀습니다. 그 사이 그 계좌는 비었다 채워졌다를 반복했겠지요. 이미 2008년 위기 이후 제 기억에서 완전히 포기 내지 소멸됐던 그 녀석은, 쥐꼬리만한 퇴직금으로 근근이 학교를 마쳐가던 어느날 갑자기 제 머릿속으로 소환됐습니다. 확인해보니 10년 간 무려 4만원씩이나 불어있었습니다. 차라리 은행에 넣을 것을…

뭔가 기분이 좋아져서 이걸로 도쿄에서 탕진잼을 할까 고민을 하는데 마주앉은 펀드매니저분 등 뒤로 큼지막하게 ‘해외주식투자도 우리와 함께!’라고 써있는 것을 본 겁니다. 나도 구글, 애플, 마소, 아마존, 소프트뱅크, 알리바바의 주주가 되고 싶다-는 그 마음이 갑자기 타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렇게 계좌를 닫지 않고 또다시 새로운 10년을 기약하게 됐지요. 10년 뒤에도 ‘차라리 은행에 넣을 것을…’이라고 쓸지도 모릅니다.

서론이 길었는데, 이때 제가 투자한 곳은 아마존이었습니다. (참고로 이 글은 아마존 주식을 사라는 홍보글이 절대 아닙니다. 네버.) 계기는, 제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및 AI 서비스인 AWS(Amazon Web Service)*를 이용한 게 컸지요. 내가 써 봤고, 만족했고, 비교적 잘 아는 것에 투자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라는 개똥철학 때문이었습니다.

*참고 | console.aws.amazon.com

위 그림은 해당 서비스의 콘솔 캡처본인데요. 정말 너무 많은 서비스들이 들어있지요. 제가 주로 쓰는 용도를 말씀드리면, WordPress로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할 때 이 EC2 인스턴스를 쓰고요. 제가 굴리고 싶은 데이터를 S3 스토리지에 넣어서 위 캡처본에는 나와있지 않은 AWS의 인공지능 서비스 Rekognition으로 데이터의 속성을 파악하기도 한답니다. 이 과정에서 IAM이라는 보안툴도 쓰고요. 나중에는 분석툴 Athena도 쓰고, AWS IoT도 활용해보고 싶어요.

짧게 말해 ‘데이터를 모아다 굴리는 곳’이 바로 이 AWS랍니다. 이런 비슷한 시도를 알리바바, MS, 구글에서도 진행하고 있는데요. 실제 전세계 클라우드 컴퓨팅의 독보적 1위가 아마존인데, 그 뒤를 알리바바가 바싹 쫓고 있답니다. (그래서 제 펀드매니저 분은 알리바바와 아마존에 각각 한 주씩 매달 투자를 하고 있다고 하시었습니다만…) 이 두 업체 모두 전자상거래를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데이터를 잘 모아서 가지고 있는 것만이 클라우드의 역할은 아니랍니다. (그렇게 치면 네이버 드라이브나 구글 드라이브가 사실 쓰기는 훠얼씬 편하겠지요?) 아무래도 보안이슈가 클테니, 이 클라우드 안에서 분석 서비스까지 쓸 수 있도록 연동이 잘 되면 더욱 좋겠지요? 제 상상 속 예를 들어 볼게요.

    Q. 저는 유기농 단무지를 제조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아주 성공을 해서, 이제 해외로 진출을 하고 싶어요. 저는 프랑스를 좋아하니까 프랑스로 보내고 싶어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이 유기농 단무지를 좋아할 지 고객군이 짐작이 안 됩니다.
A. 고객님~ 그럼 이런 방법은 어떠세요? 유기농 단무지의 이미지 및 재료, 그리고 레시피 데이터까지 모두 저희 서버에 넣어주시고요. 그간 고객들의 구매 데이터(구매를 몇 주에 한 번 하는지, 성별/연령대/지역은 어떠한지)와 판매 데이터(가격 변동에 따른 판매량은 어떠한지, 재료값 상승에 따른 수익 변동은 어땠는지) 등도 입력해주세요. 그럼 아래와 같이 해결할 수 있어요!
먼저 프랑스에서 단무지랑 비슷한 게 오이피클인지, 할라피뇨 고추인지, 정어리인지 확인해볼 수 있을 거예요. 음, 저희 클라우드 업체 자체적인 인공지능 분석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의 주요 구매가 요즘 비오(Bio)라는 유기농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승산이 있을 것 같아요. 바게트에 얹어먹는 정어리류처럼 타게팅을 하면 좋겠군요. 단무지를 아주 잘게 썰어서 타르탱(Tartin)처럼 위에 발라 얹을 수 있게끔 하시고, 새콤한 맛이니 식전주(Aperitif) 추천 재료로 마케팅 해보는 건 어떨까요? 주요 고객군은 골족(Gaule) 유전자가 강하고, 주로 안경을 쓰며, 피부에 붉은 기가 좀 있고 키가 170cm 안팎인, 파리에 사는 40대 여성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류까지도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컨설팅 업체의 곡소리가 나오는 시나리오일지도.) 뭐, 사람이 하던 일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된다면, 아주 감각적인 센스가 중요한 것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일들은 이런 식으로 처리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데이터가 균일하고 공정하고 또 방대하게 마련돼 있으면서 시스템적으로 정당한 분석을 해준다면 말이지요.

클라우드는 단순한 저장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봐야 한답니다. 아이폰이 처음 발매됐을 때 iOS라는 플랫폼이 등장함으로써 어플리케이션 산업이 커지게 된 것처럼, 그리고 휴대전화의 모델이 완전히 바뀐 것처럼. 클라우드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특히 이런 산업적 측면에서 큰 틀의 플랫폼이 될 것이어요. 이미 많은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이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기도 하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기우가 듭니다. 이 클라우드 서비스가 저같은 개인 기준에서는 꽤 비싸거든요. 그런데 독점이든, 몇몇 업체에 편중이 되든 해서 더더욱 비싸지면 어떡하지요? 아니면 갑자기 그 업체가 (그럴 일 없겠지만) 순식간에 사라져버린다면 어떡하지요? 저는 과거 싸이월드 사진첩의 이미지 파일들을 외장하드에 옮기는 것도 정말 벅차서 십 년째 미루고 있는데(제발 미니홈피 없애지 말아주세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관하고 활용하느라 이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지하는 다른 큰 기업들 입장이라면…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네요.

데이터를 잘 쌓고 잘 굴리고, 동시에 안정적이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그런 기업이나 공공의 어떤 기관 또는 업체 또는 정의될 수 없는 무언가가 대안적으로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돈도 여력도 모자라는 저같은 시민도, 언젠가는 프랑스에 유기농 단무지를 팔고 싶단 말이에요!

#그래서_아마존주식은 #몇달째_제자리걸음 #십년뒤에_확인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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